“오늘 하루는 아이를 위해서, 아니… 사실 나를 위해서도.”
지난 밤, 설렘에 잠을 설쳤다. 아이가 그렇게 고대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niversal Studios Japan), 드디어 그곳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들 녀석은 며칠 전부터 유튜브로 마리오카트 어트랙션 영상을 보고 또 봤다. 나 역시 마음속 어릴 적 소년을 깨우며 이 여행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 7:40 AM – 도착! 그런데… 입장이 왜 이리 복잡하지?
이른 아침, 유니버설 시티역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축제처럼 들뜬 인파에 휘말렸다. 시계는 오전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입장 줄을 서고 있었다. 입장 게이트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헷갈렸다. 초행자는 당연히 헤맬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입장 줄을 뚫고 본격적으로 입장한 시각은 오전 8시 30분. 50분 동안 긴장과 흥분이 교차했다. 드디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게이트를 통과했을 때, 아이가 "진짜 들어왔다!"며 양팔을 들고 환호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 8:40~10:30 –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 그리고 백드롭 포기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Hollywood Dream – The Ride). 원래 계획은 ‘백드롭’을 타보는 거였지만, 막상 앞에 서보니 아이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빠, 이건 너무 무서울 것 같아… 앞만 보게 하는 거 탈래.”
백드롭은 뒷쪽으로 달리는 무시무시한 버전이었고, 나 역시 살짝 겁이 났던 참이라 흔쾌히 동의했다. 그냥 ‘더 라이드’ 버전으로 탑승!
처음엔 긴장하던 아이도 출발하고 나니 소리 지르며 활짝 웃었다. 내려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무서웠는데… 재밌었어. 근데 한 번이면 충분해.”
처음으로 놀이기구를 타본 아이라면 그 반응이 딱일 것이다. 도전했고, 무서웠고, 그래도 재미는 있었던 기억. 아이에게는 작은 성취였고, 나에게는 뿌듯한 순간이었다.
🍗 11:00~12:00 – 스리 브룸스틱스, 해리포터 세계에서의 점심
다음 행선지는 해리포터 구역! 입장하자마자 바로 ‘스리 브룸스틱스(The Three Broomsticks)’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시계는 아직 11시였는데도 벌써 20분 정도 대기했다. 역시 인기 레스토랑답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 로티세리 스모크 치킨 & 셰퍼드 파이
- 포크립
- 버터비어
사진에서 봤던 비주얼 그대로, 진짜 해리포터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로티세리 치킨은 닭을 세로로 쫙 잘라 놓았는데, 가슴살 쪽은 아무래도 좀 퍽퍽했다. 아이는 윗부분만 뜯다가 슬쩍 내 쪽으로 미뤘다. 포크립은 정말 부드럽고 양념이 잘 배어있어서 나도 만족, 아이도 만족. 예상 외로 맛있었던 건 옥수수! 사이드 메뉴라 기대 안 했는데 고소하고 촉촉했다.
다만 모든 식기가 플라스틱이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나이프로 고기를 자를 때마다 흠칫흠칫, 칼이 휘어질까 조심조심.
버터비어는 달고 또 달다. 영화에서처럼 폼이 가득한 비주얼에 혹했지만… 첫 모금에 “이건 내 스타일 아니다” 싶었다. 반면 아들은
“아빠, 이거 엄청 맛있어! 나 혼자 다 마셔도 돼?”
그래, 그래. 너 다 마셔. 아빠는 물 마실게.
🧙♂️ 12:00~14:00 – 해리포터 존에서 히포그리프를 타다
식사 후 바로 이어진 코스는 해리포터 존의 하이라이트!
플라이트 오브 더 히포그리프(Flight of the Hippogriff)
이 어트랙션은 아이가 타기 딱 좋은 무난한 롤러코스터였다. 짧고 경쾌하고, 무엇보다 해리포터 성을 바라보며 즐기는 그 풍경이 환상적이었다.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쉬려 했지만… 문제는 쉴 자리가 너무 없다는 것. 사람도 많고, 그늘도 적어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다리도 슬슬 아프고, 아이는 “어깨 업어줘”라며 투정 부릴 기세. 결국 자판기에서 음료를 하나 사서 나무 아래에서 살짝 앉아 쉬었다. 그 잠깐의 휴식이 정말 소중했다.
🦖 14:30~15:30 – 쥬라식파크 더 라이드, 물벼락과 비명
다음 코스는 쥬라식 파크 더 라이드. 처음엔 ‘플라잉 다이노소어’를 타려고 했지만, 또 한 번 아이가 머뭇머뭇.
“아빠, 이건 진짜 무서워 보여… 다른 거 타자.”
좋다. 여행은 강요가 아닌 선택이어야 하니까. 우리는 한 단계 아래(?) 쥬라식파크 더 라이드로 변경했다.
결과는? 젖었다. 아주 제대로.
갑작스러운 낙하에 아이도 나도 동시에 비명을 질렀고, 흠뻑 젖은 채로 서로를 보며 웃었다.
“아빠, 나 이건 또 탈 수 있어!”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 예상 못한 반전의 즐거움.
🎮 16:00~17:30 – 닌텐도 월드 입성! 마리오카트 쿠파의 도전
사실 닌텐도 월드 입장은 오전 일찍 하고 싶었지만… 입장 시간이 밀리면서 정리권 15:10~16:10 타임을 받았다. 이 타이밍에 맞춰 동선을 수정하고 입장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닌텐도 월드. 벽돌을 쿵쿵 두드리고, 코인을 모으는 아이의 얼굴은 어느새 진짜 게임 속 마리오 같았다.
**‘마리오카트 쿠파의 도전’**은 실감형 어트랙션으로, 고글을 착용하고 직접 조종하며 게임을 즐기는 듯한 체험이었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한 판 펼친 결과… 아이가 이겼다.
“아빠 너무 느려~” 라며 깔깔대는데, 나도 질 수는 없지. 다음엔 반드시 재도전이다.
🌊 17:30 – 워터월드에서 잠깐의 휴식과 액션
정신없이 놀이기구를 타고 다니다가 잠깐 앉아 워터월드 쇼를 감상했다.
물보라와 불꽃, 액션과 웃음이 뒤섞인 30분.
쇼가 끝난 후 박수치며 일어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와~!" 하며 환호했다. 특히 아이가 물총 쏘는 장면에 빵 터지며 웃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 18:00~19:00 – 저녁은 터키레그, 아빠는 하이볼
하루의 마지막은 터키레그 2개와 하이볼로 마무리했다.
커다란 칠면조 다리를 손으로 들고 먹는 모습이 꼭 만화 캐릭터 같았다. 고소하고 육즙이 풍부해서 생각보다 맛있었고, 아빠는 그 옆에서 시원한 하이볼 한 잔.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 19:00 – 야경 감상 & 퇴장
해가 지고, USJ의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해리포터 성도, 닌텐도 월드도, 거리 곳곳이 마법처럼 빛났다.
아이와 손잡고 느릿하게 걸으며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오후 7시, 아쉽지만 퇴장. 발은 아팠지만 마음은 꽉 찼다.
🎈 여행의 끝에 남은 것들
- 아이는 처음 타본 롤러코스터를 통해 용기를 냈고
- 나는 오랜만에 아이처럼 웃고 소리 질렀으며
- 둘 다 평생 남을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다. USJ는 단순한 테마파크가 아닌, 아빠와 아들이 함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오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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