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16일, 조계산 선암사 여행기
🌫️ 흐린 날씨마저 운치로 바뀌는 날
“오늘은 그냥… 어디 조용한 데 가고 싶다.”
아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던 내 마음과 절묘하게 겹쳤던 그날,
2024년 9월 16일. 회색 구름이 드리운 초가을의 아침이었다.
평소라면 맑은 날만을 골라 떠났을 테지만,
이날은 유독 흐린 하늘마저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 먹을 간식을 넣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선암사.”
고요하고 깊은 산속, 백제의 숨결이 살아 있는 그 절로 향하는 길.
🌲 조계산 품에 안긴 천 년 고찰
📌 위치 안내
-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 전화번호: 061-754-5247
- 주차장: 넓고 쾌적 (요금 무료), 입구까지 도보 약 10분
🚗 자동차로 가는 길
- 광주 → 호남고속도로 → 순천 IC → 조계산 방면 → 약 1시간 20분
- 순천 시내에서는 약 30분 거리
🚌 대중교통 이용 시
- 순천역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선암사 입구’ 정류장 하차
- 이후 도보로 약 1.5km, 천천히 걸어 15~20분 소요
🚶 Tip:
입구부터 이어지는 숲길은 ‘여행의 시작’을 느끼게 해 줘요.
계곡물소리와 숲의 향기가 아이의 말도 잠시 멈추게 만들었죠.
🧘 “태고종 총본산 절은, 처음 가봐.”
– 아이의 눈으로 본 선암사
입구를 지나자 나무가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했어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흐릿한 햇살,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낙엽,
그리고 조용히 들려오는 종소리.
“아빠, 이 길… 진짜 산속 같다.”
아이가 속삭이듯 말했을 때,
그 말이 어쩐지 나에게도 위로처럼 다가왔어요.
🛕 선암사의 역사와 품격
선암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이곳은 대한불교 태고종의 총림,
즉, ‘종단의 최고 학문기관’이자 수련처로서 깊은 위상을 갖고 있죠.
백제 성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고,
고려 시대엔 지눌 스님이 이곳을 거쳐가며
‘선과 교의 통합’을 시도하기도 했답니다.
그 후 조선시대에는 승병의 근거지로도 기능하며
조계산 깊은 곳에서 나라의 위기를 지켜낸 숨은 역사도 간직했죠.
🌉 돌 위를 흐르는 시간, ‘승선교(무지개다리)’
선암사의 백미 중 하나는 입구에 놓인 승선교입니다.
조선 숙종 때 지어진 화강암 아치형 다리.
무지개를 닮았다고 해서 **‘무지개다리’**라고도 불려요.
아치는 물에 반사되어 원형을 이루고,
계곡물은 투명하게 바닥을 드러내며 졸졸 흘러가죠.
아이는 돌멩이를 골라 개울에 던지며 한참을 놀았고,
그 소소한 놀이조차 하나의 ‘수행’ 같았어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는 시간.
🪵 절 안에서 만난 오래된 것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선암사 특유의 고풍스러운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대웅전: 전각 자체도 오래됐지만, 그 앞마당의 고목이 인상적이에요.
- 선암사 삼층석탑: 고려 시대 양식을 따르며, 단정하고 조화로운 아름다움
벽에 새겨진 단청, 닳아 있는 계단의 돌결,
어디를 보아도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 아이와의 소소한 대화들
“여기 스님들은 매일 여기서 살까?”
“응, 여기서 기도하고 공부도 하고, 조용히 사시는 거야.”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났어요.
도시의 속도에 익숙한 아이가 처음 마주한 고요함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 선암사 주변 추천 코스
장소명 소요 시간 특징
송광사 | 차로 20분 | 승보사찰, 깊은 산속 고찰 |
순천만 국가정원 | 차로 30분 | 아이와 생태 체험하기 좋음 |
낙안읍성 민속마을 | 차로 40분 | 전통 의상 체험 가능, 조선시대 체험 |
Tip: 하루 코스로 선암사 + 순천만 정원 조합도 훌륭해요.
가을철이면 억새와 갈대가 장관입니다.
📌 선암사 방문 전, 이것만은 꼭!
항목 내용
입장료 | 무료 |
주차료 | 무료 |
복장 | 민소매, 짧은 반바지는 피하기 |
신발 | 산길이니 운동화 필수! |
간식/물 | 사전에 준비 필수 (내부엔 매점 없음) |
주의사항 | 소란스러움 금지, 촬영 시 예의 지키기 |
🌌 아이의 한마디, 그날의 울림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이가 말했어요.
“아빠, 거기선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용해졌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습니다.
그 어떤 관광지보다, 그 어떤 놀이시설보다 아이에게 남을 만한 ‘느낌’이 있었다는 것.
그게 이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 여행은 ‘걷는 마음’이다
사실 절은 ‘무엇을 보는 곳’이라기보다는 ‘무엇을 느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와 함께 천천히 걷고, 침묵 속에 피어나는 감정을 나누고, 자연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르는 그런 여정.
선암사에서 우리는 마음의 속도를 줄이는 법을 배웠고,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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